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TCA(City of Hope Cancer Center Atlanta) 병원 로비에 청소년들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와 보호자, 분주히 오가던 의료진의 발걸음이 잠시 느려지고 공간의 분위기에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찾아왔다. 이 연주의 주인공은 청소년 오케스트라 ‘기빙 트리 청소년 챔버 오케스트라(Giving Tree Youth Chamber Orchestra. GYCO)’다.
GYCO는 2022년 음악 연주 봉사 활동으로 출발해, 2023년 공식 비영리 단체인 Greater Youth Collaborative Opus로 설립된 청소년 주도 커뮤니티 오케스트라다. 단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배움과 나눔’이다. 학생들은 음악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운 재능을 다시 사회에 나누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GYCO에 참여한 누적 봉사 학생 수는 52명이며, 2023년부터 현재까지 병원, 시니어 센터, 노숙자 및 장애인 지원 기관 등 사회적 연약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연주를 60회 이상 이어왔다. 활동은 콘서트홀 중심의 공연이 아니라, 이동이 어렵거나 음악을 접하기 힘든 이웃들이 있는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매달 세 차례의 정기 연습과 한 차례의 연주 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병원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진심을 담은 연주 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연주 준비 과정 역시 대상에 맞춰 세심하게 이루어진다. 환자와 가족, 병원 스태프를 위한 공연에서는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시니어 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요청한 ‘듣고 싶은 음악’ 목록을 바탕으로 곡을 준비한다. 학부모 자원봉사 음악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 맞게 편곡한 뒤, 학생들은 이를 정성껏 연습해 연주로 전한다.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과 경험은 이 과정을 통해 누군가를 위한 하나의 ‘선물’로 완성된다.
GYCO의 운영과 활동 전반은 학생들이 주도한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김주언 군(12학년)은 3년째 학생 대표로 활동하며 공연 일정과 프로그램 기획, 병원 및 커뮤니티 기관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공연 준비 과정에 중심적으로 참여하며 단체 운영을 이끌고 있다.
최근 CTCA에서 진행된 연주 이후에는 병원 미디어팀 담당자인 수잔 배럿과의 인터뷰도 진행됐다. 인터뷰는 GYCO의 병원 연주 활동과 그 의미를 정리하는 자리로, 학생회장 김주언 군이 직접 질문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병원 측은 GYCO의 정기적인 방문에 대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병원 환경에 강력한 따뜻함을 불어넣는다”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음악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위로이자 희망이 되고, 의료진에게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GYCO의 연주는 병원 로비를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며 연결되고, 성찰과 치유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또 GYCO의 공연이 기존 병원 내 음악 행사와는 다른 깊이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젊은 연주자들이 아무런 기대 없이 순수하게 나누기 위해 준비한 음악이기에 진정성과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고, 환자와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더 오래 머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GYCO의 현장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학부모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각자의 전문적인 역량을 나누며 단체를 돕고, 모든 학부모들 역시 연주를 위한 준비와 이동, 현장 운영 등 필요한 모든 과정을 기쁘게 함께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배움과 나눔’을 말로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자녀들에게 본을 보이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병원 측은 “GYCO와의 협력은 병원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치유는 의료진만의 역할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음악으로 배우고, 배운 것을 다시 사회에 나누며 진심으로 현장을 찾아가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GYCO의 연주는 앞으로도 병원과 지역사회 곳곳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윤수영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