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2’ 정해인 “혼돈 그 자체인 인물 연기…시험대 오른 느낌”

“전편 흥행에 부담감 컸지만 카메라 앞에선 순간의 연기에만 집중했죠”

미스터리한 캐릭터 박선우 역할…”황정민 연기 1열서 직관, 제게 큰 귀감”

범죄 액션 영화 ‘베테랑'(2015)의 속편으로 이달 13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2’는 1편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을 꼽으라면 새 얼굴로 합류한 배우 정해인(36)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베테랑 2’에서 정해인은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이 속한 강력범죄수사대에 영입된 막내 형사 박선우를 연기했다.

정의감에 불타고 범죄자를 잡을 땐 물불 안 가리는 박선우는 서도철과 닮은 꼴이다. 그런 박선우에게 서도철은 “넌 나와 같은 과(科)야”라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박선우의 과잉 행동이 불안감을 자아내면서 서도철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부담감이 엄청났죠. 1편이 워낙 흥행했으니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해인은 천만 영화 ‘베테랑’의 속편에 합류한 게 부담스럽진 않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그래도 촬영장 가서 분장하고, 옷 갈아입고, 리허설하고, 카메라 앞에만 서면 부담감은 느끼지 않았어요. 그 순간의 연기에만 몰입했죠.”

미스터리를 불러일으키는 박선우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정해인은 맑은 미소에 어딘가 차가운 눈빛으로 박선우를 능란하게 스크린에 그려낸다.

그는 “박선우란 인물은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혼돈 그 자체”라며 “색깔로 말하자면 차가운 파란색이다. 박선우가 범죄자를 안전 가옥으로 데려갈 때 파란색 조명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류 감독은 정해인에게 ‘약간 불쾌하면서 이상한 느낌의 인상’을 주문하면서 박선우가 어떤 과거를 가진 캐릭터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정해인은 “박선우의 사연과 서사가 생길수록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런 것은 다 걷어내고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베테랑 2’에서 정해인은 황정민과 함께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낸다. 박선우가 연쇄살인 용의자와 뒤엉켜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격투하는 장면은 ‘베테랑 2’에서도 손꼽힐 만한 액션이다.

정해인은 “액션은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힘들진 않았는데, 가장 힘든 건 추위였다”며 웃었다. ‘베테랑 2’는 2022년 12월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4월 마쳤다.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것은 정해인에겐 귀중한 경험이었다. 정해인은 “정말 대단한 연기를 1열(맨 앞)에서 직관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보통 카메라 앞에선 열정적으로 연기하다가도 카메라가 상대 배우에게로 돌아가거나 하면 살짝 힘을 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황정민 선배는 카메라 뒤에서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거예요. 그 앞에 있는 제가 잘 연기할 수 있게 도와준 거죠. 그런 모습이 제겐 얼마나 귀감이 됐는지 몰라요.”

한국 영화의 액션 장인으로 꼽히는 류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것도 정해인에겐 행운이었다. ‘베테랑 2’의 제작사 외유내강으로부터 캐스팅을 제안받았을 때 정해인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고 회고했다.

“그땐 시나리오 완성본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이었어요. 류 감독님을 만나 세 시간 가까이 이야기하면서 감독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고 캐릭터에 애정을 가졌는지 느꼈죠.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캐스팅을 받아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날부터 촬영하는 날만 기다렸다는 정해인은 ‘베테랑 2’의 개봉을 앞둔 지금은 “시험대에 오른 느낌”이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이 해주시는 거잖아요. 저는 시험대에 올라 있고요. 그래도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 잘 나온 것 같아 관객들께 실망을 안기지 않을 거란 자신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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