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기회 박탈, 정신적 피해…유족 2명에 1천만원씩 지급”
해경 지휘부 상대 청구는 기각…유족 측 “합당한 책임 묻지 못해” 반발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참사 당시 해경이 구조 활동을 방기했다며 낸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다만 법원은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하면서도 해경 지휘부 개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유족은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10일 고(故) 임경빈 군 유족 2명이 총 2억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각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이재두 전 3009함장을 상대로 낸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김 전 해경청장 등은 각급 구조본부장으로서 직무 의무를 위반했고, 그에 따라 임 군이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아 부모인 원고들은 마지막 남은 실낱같은 생존의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국가는 공무원들이 위법행위로 원고들에게 입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무원 개인에 대해서는 “임 군이 발견돼 3009함으로 인계될 당시 이미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볼 정황이 다수 있었고 헬기를 통해 즉시 이송됐더라도 생존했을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등 신속한 이송을 하지 않은 것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고의 또는 중과실로 신속한 이송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국가배상법에 따라 개인에게는 배상책임을 면한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당시 해경 지휘부가 임 군을 해상에서 발견한 뒤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기려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 군은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24분 해경 단정에 발견돼 3009함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김 전 해경청장과 김 전 서해해경청장이 헬기를 타고 이함하는 바람에 신속히 병원에 이송할 ‘골든타임’을 놓쳤고, 당일 오후 10시 5분께야 목포 한국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일부 인정하면서 “이 전 함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수난구호법에서 정한 각급 구조본부장으로서 피구조자를 신속하게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지휘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당시 의료진이 아닌 해경이 임 군을 사망했다고 추정해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일 오후 7시15분께 응급구조사들이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는데 그 사유는 명확하지 않다”며 “피고들이 심폐소생술 중단에 관여한 사정을 찾을 수 없어 응급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304명을 구조하지 않은 책임을 제대로 판결하라”며 이날 선고를 비판했다.
임 군의 어머니인 전인숙 씨는 “환자로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을 아들이 왜 이송되지 않았는지 그날의 이야기를 밝히는 사람이 없다”며 “억울한 참사 피해자들과 죽지 못해 사는 우리 가족들, 우리 아이 임경빈을 위해 책임을 밝히고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해경 지휘부가 당시 역할을 다하지 않아 형사 책임을 물으려고 고소·고발을 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나왔다”며 “임군 구조 지연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 재판부조차도 합당한 책임을 묻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