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아닌 징역형, 이재명 누른 ‘불법의 무게’…”죄책 무겁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재판부가 이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한 ‘허위 발언’의 책임을 상당히 무겁게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유죄가 나오더라도 당선무효형의 기준이 되는 벌금 100만원을 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지만, 실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 상실 기간이 10년으로 벌금형의 2배에 이르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 발언에 대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하면서 그 죄책(죄의 책임)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뤄졌고, 방송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으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며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 염려가 있다”며 이 같은 점에서도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통상 선거사범 재판에서는 ‘벌금 100만원’이 당선무효의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잣대로 인식돼왔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내려진 징역형은 기존의 벌금형을 뛰어넘는 동시에 ‘벌금 100만원 여부’를 기준점으로 삼아 선고 결과를 점쳐온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거운 처벌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법원이 이 대표가 짊어져야 할 ‘불법의 무게’를 무겁게 봤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형량을 결정하는 데 대법원 양형기준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법상 당선목적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징역 10개월 이하 또는 200만∼800만원의 벌금형이 기본이다. 다만 죄질이 나빠 가중 요소가 많을 경우 징역 8개월∼2년, 벌금 500만∼1천만원을 권고한다.
권고형의 범위가 상향될 수 있는 특별 가중요소에는 ‘허위사실 또는 비방 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되는 경우’, ‘상대방이 상당히 다수이거나 전파성이 매우 높은 경우’,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범행한 경우’ 등이 있는데,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중요 사항과 관계되고 전파성이 높은 경우 등에 해당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벌금형을 포함해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도 가중요소에 해당하는데, 재판부는 이 대표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양형기준상 징역 10개월을 초과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가중 영역으로 권고형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다만 이 대표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