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바움 대통령, 관세 갈등 완화와 안정적 외교로 긍정적 평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앞세운 강경 외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멕시코가 미국과의 안정적인 외교 관계를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냉정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이 트럼프 시대에 대응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는 지난 25일 ‘미-멕시코 관계와 트럼프 시대 외교 모델’을 주제로 언론 브리핑을 개최하고, 셰인바움 대통령의 외교 전략과 리더십에 대해 조명했다.
전문가들은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때마다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실용적인 협상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월 3일,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셰인바움 대통령은 북부 국경 강화 조치를 발표하며, 불법 이민자 단속과 펜타닐 밀매 차단을 위해 국가 경비대 1만 명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요구사항을 선제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미국은 이후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고위급 협상을 재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해 “놀라운 여성”이라며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양국 간 이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용적 외교를 통해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래리 루빈 미국-멕시코협회 회장은 “셰인바움 대통령은 감정보다 인내와 실리를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양국이 서로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는 사실을 인식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간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가 정치적으로도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국내 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지율 88%를 기록 중인 그는 산업 기반 강화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골자로 한 장기 경제계획 ‘플란 멕시코(Plan México)’를 추진 중이며, 민간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성장도 도모하고 있다.
알베르토 디아즈-카예로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를 이용해 이웃 국가들과의 연합과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멕시코는 2023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교역국에 올랐다. 2024년 기준 양국 간 교역 규모는 8,400억 달러로, 같은 해 중국과의 교역액(5,820억 달러)을 크게 상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기 집권 100일을 맞아 여론의 냉랭한 반응에 직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2%에 그쳤고,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도 역시 43%에 머물렀다.
한편 루이스 알바라도 정치 분석가는 “멕시코에게 이번 외교는 경제 안정과 국가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미국에게는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무리 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은 이념을 넘어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멕시코 관계가 안정됨에 따라 국경 지역과 멕시코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멕시코는 단순 조립 생산국을 넘어 항공우주, 의료기기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과의 실용적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데이비드 아용 수석연구원은 “2015년 트럼프가 NAFTA를 비판했을 당시에도 멕시코는 우회 전략으로 긴장 완화를 시도했다”며 “현재도 미 무인정찰기 비행을 허용하는 등 외교적 긴장 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