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잘…’ 암 환자 54% “치료 용어 이해 못 해”

“항암 치료 경험 쌓여도 문해력 증진되지 않아 개입 필요”

“항암 치료 중에는 오심(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요. 너무 안 좋으실 때 드실 수 있게 진토제(토하는 걸 진정시키는 약제)를 처방해드릴게요.”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이 병원에서 의료진으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정작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와 김나연 종양전문간호사, 삼성융학의과학원 이만경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암 환자 181명과 보호자 119명 등 총 300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관련 의학 용어 56개에 관한 문해력 등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 300명 중 162명(54.0%)이 항암 치료 용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은 혈액 수치나 감염 위험을 알려주거나, 한자어로 표기된 증상과 관련한 용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 용어로는 오심, 진토제뿐만 아니라 점막, 장폐색(여러 원인으로 장의 일부 또는 전체가 막혀 음식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 체액저류(체내 수분이 신체 조직이나 관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부종으로 나타나는 증상) 등이 꼽혔다.

특히 남성, 저소득층, 지방 거주자, 암 관련 정보를 검색한 경험이 없을수록 항암 치료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 중 남성은 여성보다 의학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2.59배였다. 암 관련 정보를 검색하지 않은 사람은 관련 정보를 찾아본 사람에 비해 이해도가 낮을 가능성이 4.32배에 달했다.

또 의학 용어에 대한 문해력은 암을 진단받고 항암 치료 경험이 쌓이더라도 자연스럽게 증진되지 않아 지속적인 개입이 중요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항암치료 관련 용어를 이해하는 데 여전한 언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 용어나 한자어 사용을 줄이고, 디지털 자료나 보조 자료를 활용해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암학회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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