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불확실한 과도기…

“민주보다 석유·지정학 우선”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행동으로 베네수엘라의 통치자 니콜라스 마두로가 축출되면서, 수년간 이어진 정치 위기는 한 국면을 마감했지만 동시에 더욱 불확실한 과도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비영리 뉴스기관 아메리칸 커뮤니티 미디어(ACOM) 주최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마두로 개인은 제거됐지만, 권력 구조 자체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사태의 본질에 대한 혼란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레한드로 벨라스코 뉴욕대 교수는 현재 베네수엘라 사회 분위기를 ‘불안, 혼란, 조심스러운 기대’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마두로 축출이라는 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실제 권력의 핵심 인물들과 국가 통치 기구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범 석방 가능성과 미국과의 협력 신호가 일부 감지되면서 정체 상태였던 정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벨라스코 교수는 “미국의 개입 목적이 민주주의 회복이라기보다는 석유 자원과 지역 내 영향력 확보에 더 가까워 보인다”며 “진정한 민주적 전환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적 관점에서도 이번 작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베네수엘라 출신 국제법 전문가 마리아노 데 알바는 “유엔 헌장은 무력 사용과 그 위협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작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이나 자위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가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점과 별개로, 국제법상 실질적 통치자를 외부 세력이 무력으로 제거한 선례는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미국이 강압과 위협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강화시키는 사례”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같은 방식은 중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권과 비개입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정책 목표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 미 외교정책 전문가 록사나 비질은 “국무부는 ‘3단계 계획’을 언급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민주적 전환에 대해 직접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질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재 해제와 법치 회복, 독립적인 사법 체계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규모 국제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제재를 집행하고, 석유 판매 수익의 사용처가 불투명할 경우 새로운 부패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마두로 축출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실질적 권한을 갖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외부 개입이 아닌 내부 합의와 대표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안정적인 민주 전환도,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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