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필수 외국인 인력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유학생도 허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환호했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과 추방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 등 이민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이나 유학생 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구금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초 미국 이민 당국은 한국 기업의 불법 행위를 주장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했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반발과 함께 이 같은 단속이 미국 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장을 완공할 수 있도록 한국인 근로자들의 체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잔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는 글도 올렸다.
직접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지아주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농장과 호텔 등 이민자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제외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비록 이 같은 지시는 며칠 만에 번복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민정책이 농업 등 특정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유학생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5월 “중국 유학생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하겠다”면서 심사까지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60만 명의 중국 유학생을 받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적성국으로 지목한 중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강성 지지자들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을 대표하는 마조리 테일러(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에 충성할지 모르는 60만명의 중국 학생이 미국 대학에 다니도록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도 중국 유학생을 ‘공산당 스파이’로 규정하면서 비자 발급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이민 분야 책임자 데이비드 비어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수사를 사용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에 대해선 어느 정도 열린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선 비교적 실용적인 시각을 지녔기 때문에 ‘모든 노동력을 미국인으로 교체하자’ 식의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백악관 공보담당 애비게일 잭슨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정책에 대해 매우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며 “불법체류자는 누구나 추방 대상이지만, 우선순위는 미국 사회를 위협하는 범죄자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