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이야기꾼’ 美 간판 소설가 폴 오스터 77세로 별세

‘뉴욕 3부작’으로 세계적 명성…폐암 합병증으로 자택서 숨져

1990년대 브루클린 ‘예술 중심지’로 주도…매일 6시간씩 글쓰며 다작

‘뉴욕 3부작’으로 유명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가 지난 달 30일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오스터의 지인에 따르면 그는 이날 저녁 폐암 합병증으로 뉴욕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졌다.

1947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오스터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다.

‘빵 굽는 타자기’. ‘폐허의 도시’, ‘달의 궁전’ 등 소설은 물론 시, 에세이, 번역, 평론, 시나리오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으며 생전 34권을 펴낸 다작 작가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실험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구성으로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올랐으며,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도 주목 받으면서 ‘문학계 스타’로 불리기도 했다.

영국의 문학 평론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는 생전에 그를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게 독창적인 작가 중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한 오스터는 1982년 발표한 회고록 ‘고독의 발명’으로 처음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1985∼1986년에 걸쳐 낸 소설 ‘뉴욕 3부작’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등 중편 소설 3편으로 이뤄진 ‘뉴욕 3부작’은 뉴욕을 배경으로 오스터의 독창적 문체를 펼쳐낸 초기 대표작이다.

이중 첫 작품인 ‘유리의 도시’는 1985년 캘리포니아의 작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기 전까지 무려 17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뉴욕 3부작’ 이후 오스터는 뉴욕을 상징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그의 인기는 과거 빈민가였던 뉴욕 브루클린이 예술가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1980년대부터 브루클린에서 작품 활동을 해 온 오스터는 이후 1990년대부터 수많은 젊은 소설가와 예술가들이 브루클린에 자리를 잡도록 영감을 줬다.

미국의 작가이자 시인인 메간 오로크는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폴 오스터는 브루클린에 유명한 작가가 거의 살지 않던 1980∼90년대부터 그곳을 상징하는 ‘바로 그 소설가’였다”며 “주변 모든 친구 부모님의 책장에는 그의 책이 있었고, 10대 시절 나와 내 친구들은 그의 책을 열성적으로 읽었다”고 회고했다.

오스터의 작품은 미국을 넘어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2017년 출간한 소설 ‘4321’은 영국 최고 권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오스터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도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1995년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웨인 왕이 연출한 ‘스모크’의 각본을 썼으며 이후 ‘블루 인 더 페이스’, ‘다리 위의 룰루’,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등 여러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오스터는 지난해까지도 거의 매년 신작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는 종종 주 7일까지도 하루에 6시간씩 글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글을 쓸 때 컴퓨터 대신 만년필과 오래된 타자기를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스터는 1974년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와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며, 이후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와 재혼했다.

최근에는 비극적 사고로 아들과 손녀를 잃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2021년 11월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오스터의 손녀 루비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으며, 이후 약 5개월 뒤 루비의 아버지이자 오스터의 아들인 대니얼도 약물 과다 투입으로 숨을 거뒀다.

오스터는 생전에 이 일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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