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관찰 실험을 위해 바코드가 표시된 꿀벌[Dr. Zachary Hua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美 연구팀 “종 뛰어넘어 진화적으로 보존된 사회적 행동 기원 시사”
사회적 곤충 중 하나인 꿀벌도 인간이 가진 사회성 관련 유전자와 유사한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유전자가 사교성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어배너-섐페인 일리노이대 진 로빈슨 교수와 프린스턴대 이언 트라니엘로 박사팀은 17일 과학 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꿀벌 행동 관찰과 유전체 연구 등을 통해 사교성 관련 유전자 변이들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꿀벌의 사회적 행동 관련 유전자들은 이미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과 유사하고 각 개체의 사교적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종(種)을 넘어 보존돼 온 사회적 행동의 기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개미와 꿀벌 같은 사회적 종에서는 개체마다 사교성에 차이가 있다. 어떤 개체는 군집 내에서 매우 활발하게 어울리고 잘 연결돼 있는 있는 반면, 다른 개체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선호한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는 기분, 사회적 지위, 이전 경험,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지만 사교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분자적 메커니즘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서양꿀벌(Apis mellifera)의 사회적 행동 차이를 뒷받침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유전체(게놈) 분석과 뇌에서의 유전자 발현 분석, 행동 관찰을 결합한 실험을 했다.
세 개의 벌집에서 12~24시간 된 꿀벌을 500마리씩 선별해 가슴 부위 등 쪽에 바코드를 부착하고 유리로 된 관찰용 벌집 안에 함께 넣어 행동을 자동으로 추적, 어떤 개체가 사교성 행동인 섭식교환(trophallaxis)을 많이 하는지 관찰했다.
섭식교환은 서로 입을 통해 영양분과 신호 전달 기능을 가진 액체를 나누는 것으로, 꿀벌 집단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행동이다. 사교적일수록 더 자주 섭식교환을 해 사교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행동 관찰 실험을 마친 뒤 꿀벌들을 급속 냉동한 다음, 가슴 부위의 DNA와 뇌의 버섯체(MB:mushroom body) RNA 염기서열을 분석, 섭식교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18개를 확인했다.
변이 중 일부는 ‘nlg2′(neuroligin-2)와 ‘nmdar2’라는 유전자 안에서 발견됐다. 이 두 유전자는 사람에서 자폐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과 유사한 염기서열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전자가 세포 내에서 RNA로 발현되는 것을 조사하는 전사체 시퀀싱(Transcriptome sequencing)에서는 동료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할수록 뇌에서 발현 수준이 높은 유전자 900개 이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인간과 꿀벌의 사회적 행동을 뒷받침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의 유사성을 보여준다며 두 종은 6억년 이상 전에 갈라졌지만 사교성 관련 유전체적 특징은 각각의 진화 과정에서 보존돼 왔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에서 꿀벌 군집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자동으로 관찰하고, 이를 DNA 염기서열 분석 및 뇌 전사체학과 결합해 인간을 포함한 계통적으로 먼 종들 사이에 진화적으로 공유돼온 사교성의 분자적 뿌리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PLOS Biology, Gene Robinson et al., ‘Genetic variation influences food-sharing sociability in honey bees’, https://plos.io/45UeL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