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남북 분단 현실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편치 않아”

[한국 주교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주교단, 교황 알현…이례적으로 1시간 반 동안 진행

10년 전 방한 당시 화보 선물받은 교황 “이때는 젊었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 사도좌 정기 방문 중인 한국 주교단과 만나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국 주교단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교황청 사도궁 내 클레멘스홀에서 교황을 1시간 반가량 알현했다. 알현 행사는 20분 내외로 그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교황은 긴 시간을 들여 한국 주교단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알현 행사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문제를 비롯해 한국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주교는 “교황께선 남북 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며 “민족과 언어, 문화, 전통이 같은데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데 대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께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와 관련해서도 한국 주교단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교황은 한국 주교단에 청년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청년들이 시끄럽고 부산하고 중심과 갈피를 못 잡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게 있으니 청년의 진심, 마음에 다가서도록 애쓰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밖에 한국의 농촌, 노인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개탄했고 노인들에게 배울 게 많고 그들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들을 소외시키지 말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또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개개인이 실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실천에 나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 주교단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당시 기록 사진 등 60여점을 골라서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세 주제로 엮은 화보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화보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10년 전에는 내가 젊었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주교가 지금도 여전히 젊다고 하자 교황은 웃으며 “고맙다”고 답례했다.

교황은 “한국의 주교들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차례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가 복음화의 여러 측면에서 역동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이 주교는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며 “우리 주교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영예로운 자리이지만 내적, 외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큰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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