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시행…이민심사관 재량 대폭 확대
시민권자 자녀 복지까지 포기하는 ‘위축 효과’ 우려
메디케이드·CHIP 가입 아동 230만명 감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 신청자의 공공복지 이용 여부 등을 폭넓게 따지는 ‘공적부조(Public Charge)’ 심사를 오는 9월 18일부터 강화한다.
새 기준에 따라 이민당국은 영주권 신청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가족관계, 소득·자산 등 재정 상태, 교육 수준, 직업 기술과 자립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특히 과거보다 명확한 판단 기준은 줄어든 반면 이민심사관의 재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상은 미국 내에서 영주권자로 신분을 변경하는 신분조정 신청자와 해외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사람들이다. 가족초청을 통한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의 영주권 신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H-1B 취업비자 소지자의 경우 H-1B 비자 자체보다는 이후 취업 또는 가족초청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공적부조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난민과 망명자, 특별이민청소년(SIJ), 인신매매 피해자를 위한 T비자, 범죄 피해자를 위한 U비자,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른 신청자 등은 법률상 공적부조 심사에서 제외된다. 영주권자의 시민권 신청 과정에도 적용되지 않으며 이번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7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샤오 왕 바운드리스 이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보다 명확한 기준이 줄고 심사관의 판단 영역이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비슷한 상황에서도 심사관이나 지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이민자 가정의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다.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가 메디케이드나 식품지원을 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직접 받은 혜택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부모들이 영주권 심사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녀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까지 스스로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왕 CEO는 트럼프 1기 당시 조사 결과를 인용해 자녀가 있는 이민자 가정의 성인 5명 중 1명이 이민 신분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격이 있는 공공복지 이용을 피했으며, 저소득 이민자 가정에서는 그 비율이 10명 중 3명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어린이 건강보험에서도 가입자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조앤 알커 조지타운대 아동가족센터 디렉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메디케이드와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에 가입한 아동은 전국적으로 약 230만명 감소했다.
알커 디렉터는 가입자 감소를 모두 이민정책의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혼합신분 가정에서 부모들이 이민단속이나 개인정보 공유 등을 우려해 자녀의 가입이나 갱신을 포기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식품지원프로그램(SNAP)에서도 가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기리다르 말리야 로버트우드존슨재단 선임정책관은 최근 9개월 동안 전국 SNAP 가입자가 약 450만명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가 약 15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지 혜택 중단이 어린이들의 정기검진과 예방진료, 영양 상태뿐 아니라 학습능력과 신체·인지 발달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적부조 규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본인이나 자녀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CEO는 “이민 신분과 신청 방식, 이용하는 혜택에 따라 규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민 전문 변호사나 공인된 비영리 이민법률서비스 기관 등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개별적으로 상담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