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은 지난날…애니 ‘달팽이의 회고록’

스톱 모션 기법으로 8년간 제작…안시애니영화제 대상 수상작

“This film was made by human beings”(이 영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 ‘달팽이의 회고록’은 이런 자막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캐릭터와 소품, 세트를 100% 수공으로 제작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다.

이 작품에는 그 흔한 컴퓨터그래픽(CG)나 인공지능(AI) 기술조차 쓰이지 않았다. 제작진이 점토를 하나하나 빚어 7천여 개의 오브제를 만들었고, 13만5천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약 1시간 30분 분량의 영화로 내놨다. 완성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표정에는 생명력이 넘친다. 아무리 미세한 차이라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세심하게 미장센을 구성했다.

주인공은 호주에 사는 젊은 여성 그레이스(세라 스누크 목소리 연기)다. 그가 반려동물인 달팽이 실비아에게 지난 삶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입술갈림증을 가지고 태어난 그레이스의 어린 시절은 수술의 고통과 또래들로부터 괴롭힘당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는 놀림감이 될 때마다 달팽이처럼 껍질에 숨는 상상을 한다.

쌍둥이 남동생 길버트(코디 스밋맥피)는 그레이스의 유일한 방패막이자 친구다. 그러나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남매는 각각 다른 위탁 가정에 맡겨진다.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지만, 어린 나이에 호주를 횡단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둘은 몇 년간 만나지 못한다.

그레이스는 그 시간동안 자신이 겪어야 했던 아픈 경험을 담담하게 말해준다. 하지만 고통으로 가득한 삶에도 몇 줄기의 빛은 들었다. 외톨이던 그레이스의 유일한 친구인 괴짜 할머니 핑키(재키 위버)와 첫사랑이자 남편 제임스(에릭 바나) 그리고 달팽이들이다. 영화는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지만 이들로 인해 코믹한 장면도 빚어진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스토리 덕에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다가온다. 매 순간 예상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깜짝 선물 같은 사랑도 찾아오는 게 인생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제작진의 장인정신과 뭉클한 메시지로 호평받은 ‘달팽이의 회고록’은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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